2018년 05월 07일김봉현미식의 “미”자를 한자로 쓰면 무엇이냐는 문제가 TV방송의 퀴즈프로그램인 도전 골든벨에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보기로 나온 미의 4가지 예시가 있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맛 미 (味)”를 택했습니다. 물론 정답은 “아름다울 미(美)”로서, 당시 38명의 학생 중 1명만 정답을 맞추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고등학생들은 약간의 훼이크같은(?) 한자 보기에 많이 헷갈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음식이나 또는 그런 음식을 먹는다’는 사전적 정의를 가진 미식,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는 누가 미식가일까요. 이곳저곳 숨은 맛집을 아는 유명 블로거나 음식 관련 기자와 평론가, 오래된 역사를 가진 노포나 고급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장과 쉐프, 그들의 단골 손님들 일까요?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사실 제대로 된 미식가라면 좋은 재료와 음식을 이해 하고 즐기고 평론하는 수준을 넘어 어느 정도의 요리는 탁월한 수준으로 할 줄도 알아야 한다 고 봅니다. 매체에 등장하는 미식 평론가들의 글을 읽다보면 글의 내용과 깊이, 재미에 대해 서는 참 감탄을 하다가도 과연 저분들이 적어도 몇 개 정도의 요리는 정말 멋지게 차려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제작자와 평론가는 서로 업의 영역이 다르다고는 하지 만, 영화를 제작해본 감독의 평론이 더 수긍이 가는 이치처럼, 비단 쉐프의 경험까지는 아니 더라도 집밥 음식 정도는 할 줄 아는 평론가의 언어가 훨씬 신뢰가 갑니다.반면, 유명한 식당과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과 쉐프들은 외식업이 본업인 전문가들인 만큼 미식가가 될 기본적인 요건은 충분히 갖추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많은 사장님과 쉐프님들이 자신의 음식과 재료 영역에 대해서는 깊이가 탁월하지만 조금만 다 른 음식 영역으로 가거나 이질적인 나라와 문화에 대해서는 경험의 미천함과 협소함이 드러난 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요즘 젊은 쉐프들과 외식업계 종사자 분들, 그리고 그들의 손님 중에 서 다양한 음식 문화와 해외 경험으로 무장한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현 상입니다. 아울러 미식가는 음식의 매우 중요한 일부분인 술, 특히 와인에 대해서도 해박할 정도로 깊고 뚜렷한 주관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와인의 주생산지도 주소비국도 아닌 우리나라의 입장을 감안해 준다고 치더라도, 와인 외의 다양한 술과 그 페어링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야 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대통령님은 미식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남북정상회 담 때 샴페인잔으로 건배를 하는 두 정상의 부부 사진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샴페인잔을 잡는 손 위치만 다른 것이 제 눈에 보이더군요. 문재인 대통령은 와인을 매우 좋아하지는 않거나 샴페인의 경험이 적을 것이라는 비약을 감히 해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미식가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이건희 회장입니다. 슬픈 현 실이지만 미식가는 자본의 권력에 비례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의 진귀한 재료와 최고급 음 식은 거진 다 경험했을 사람이고, 삼성그룹 내에 거느리고 있는 신라호텔과 같은 부하(?) 조직 을 통해 음식에 관하여는 얼마든지 최신 트렌드도 습득했을 것이며 역으로 이건희 회장의 깐깐한 눈높이에 따라 신라호텔의 수준이 높아진 것도 유명한 일화입니다. 거기에 더해 페트뤼스나 샤또 라투르 같은 이건희 와인이라는 별명이 존재할 정도로 엄청난 와인애호가로도 유명합니 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건희 이상의 미식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할까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 아무리 음식과 미식의 경험에 돈을 아끼지 않는 푸디(foodie)라고 할지라도 이건희 회장의 씀씀이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겠지만, 시장에서 직접 재료를 고르고 사는 안목,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를 정성스럽게 만들어보고 설거지도 하는 현장 경험, 많은 나라와 핫한 장소를 돌아다니며 음식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일 들은 어쩌면 이건희 회장보다 압도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이건희 회장 이상의 미식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에게 미식가를 다시 꼽으라고 한다면, 방송인 중에서는 신동엽 씨를 최고로 칩 니다.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유명 쉐프들이나 외식업계 전문가들, 평론가가 아닌 왜 신동엽이 냐구요? 신동엽씨는 천성적으로 요리에는 소질이 없어 보이나 여러 요리프로그램을 통해 적어도 요리를 만들어보고 배우려는 노력은 보여주었고, 고소득 연예인으로서 다양한 음식과 문화의 미식 경험에 대해 지갑 여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실제로 그의 언어에서는 웬만한 평론가보다 음 식 재료의 맛과 특성에 대한 이해와 경험의 수준이 훨씬 높아 보이고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아울러 그는 상당한 애주가로 알려져 있고 와인에 대해서도 얕지 않은 깊이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음식과 술에 대한 탐닉이 남다름에도 불구하고 자기관리가 뛰어난 연예인답게 항상 적절 한 체격(체중)을 유지하고 있어서 미식가로서의 그의 말에 더욱 신뢰가 갑니다.